AI·시스템 반도체 쏠림, 한국 딥테크 한계 될 수 있다
레달은 인재 확보·정책 전환·신생 기술 기업 중심 생태계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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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 레달(Reddal)이 국내 딥테크 생태계를 분석하고 성장 전략을 제시한 ‘한국 딥테크 리포트(Deep Tech Study Korea)’의 2025년 하반기 업데이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바이오테크, AI 및 빅데이터, 양자기술 등 10대 핵심 분야에 속한 432개 기업 데이터를 분석하고, 창업자와 투자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국내 딥테크 생태계의 현황과 과제를 정리했다.
이번 하반기 업데이트는 지난 6월 발간된 보고서를 기반으로, 최근 정책·투자·기술 환경 변화가 국내 딥테크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레달은 보고서를 통해 2026년을 한국 딥테크 생태계의 중요한 전환 시점으로 제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우수 인재 확보, 장기 혁신 중심의 정책 전환, 신생 글로벌 딥테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기준 한국의 딥테크 산업과 투자 흐름은 AI와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돼 있으며, 이로 인해 생태계 전반의 균형 있는 성장이 제한되고 있다. 정부 정책과 투자 자금이 검증된 분야에 반복적으로 쏠리면서 원자력과 양자기술처럼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연구개발 연속성과 투자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6월 발표된 보고서 기준 국내 딥테크 리스트에는 AI 및 빅데이터 분야 기업 78곳,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기업 14곳이 포함된 반면, 양자기술 분야는 4곳에 그쳤고, 원자력 분야 기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레달은 AI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글로벌 수요 확대에 힘입어 비교적 빠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런 성과가 곧바로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의 AI 사업과 GPU 공급망 협력 등을 통해 민간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미 데이터 집약과 기술 세대 전환을 거듭하며 시장을 선점해 온 미국과 중국과는 경쟁 구도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기 인프라 구축이나 시범 단계에 머무르기보다, 제조·디바이스·디지털 서비스 전반으로 확장되는 수직적 가치 사슬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항공, 양자기술, 차세대 원자력 분야는 현재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지만 한국이 보유한 기초과학과 공공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 잠재력이 있는 전략 분야로 평가됐다. 특히 우주항공 분야는 발사체와 인공위성 기술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 주도의 초기 상용화 단계를 넘어, 가치 사슬 전반으로 확장되는 단계로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양자기술과 원자력 분야 역시 민간 스타트업의 초기 등장과 국내외 인재, 자본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들 분야는 공공 연구 역량은 높은 수준이지만, 민간 시장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와 지식재산의 원활한 이전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 집필팀은 이들 분야에 장기 자본 조달 구조를 마련하고 연구 성과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상용화 경로를 구축할 경우, 향후 수십 년간 한국 경제를 뒷받침할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레달은 한국 딥테크 생태계가 지속 가능한 성장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재, 정책, 생태계 구조라는 3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STEM 인재 유출을 최소화하고 해외 인재와 외국인 창업자, 경영진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단기 성과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AI와 시스템 반도체를 넘어 원자력, 양자기술, 우주항공 등 장기 혁신 분야를 포괄하는 일관된 기술 정책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기술특례상장에 과도하게 의존한 조기 투자 회수 구조를 개선하고,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장기 인내 자본 조성을 통해 상장 이전 단계에서도 실증과 사업화를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동시에, 신생 딥테크 기업이 대기업과의 협력과 초기 글로벌 진출을 통해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달에서 벤처캐피털 및 프라이빗에쿼티 프랙티스를 이끄는 이한결 리드는 “2026년을 앞둔 시점은 한국 딥테크 산업이 기술 추격 단계를 넘어 장기 경쟁력을 갖춘 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환경, 장기 혁신 중심의 정책 전환, 신생 딥테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함께 구축될 때 한국은 보다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첫 발간된 한국 딥테크 리포트는 한국이 우수한 기초과학 역량과 기술 인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 중심의 스타트업 문화와 제한적인 투자 회수 구조, 기초 연구의 낮은 상용화율, 해외 자본 유입 부족 등으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개방형 정책 전환, 민간 창업 중심의 기술 사업화 체계 구축, 규제 개선, 해외 인수합병과 글로벌 기업공개(IPO) 등 투자 회수 전략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번 하반기 업데이트 보고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실제 정책과 투자 흐름을 점검하고, 향후 선택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레달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국 딥테크가 단기 유행이나 특정 기술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회복 탄력적이고 혁신 주도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딥테크 리포트 하반기 업데이트 보고서 ‘혁신의 대한민국: 차세대 기술 중심 경제로 전환을 이끄는 지속가능 딥테크 생태계’의 한국어 전문은 레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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