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게임
"분명히 게임업계의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퇴임을 앞둔 넥슨의 대표이사 오언 마호니가 게임 저널리스트 스티븐 토틸로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마호니의 설명에 따르면 소비자는 게임이 만족스럽지 못해 불행하고, 게임을 사랑해 업계에 뛰어든 개발자는 공장의 부품 신세이며, 프로젝트 총괄은 기획보다 인사관리를 더 열심히 해야 하고, 경영진은 애써 출시한 게임이 나락에 빠질까 봐 전전긍긍한다. '성공 방정식'대로의 게임이 양산되고 시장은 모두가 허덕이는 레드오션이 된다.
마호니의 말마따나 게임업계는 '지속 불가능' 상태에 빠졌다. 최근 공개된 몇몇 게임사들의 내부 정보에 따르면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속칭 '트리플A급' 게임들은 개발에 쏟아붓는 막대한 예산을 충분한 수익으로 환산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명작이 쏟아졌다는 2023년에도 정리해고가 속출했다.
재밌게도 같은 인터뷰에서 마호니는 "난 행복하다"고 했다. 넥슨의 모델이 대안이란 얘기다. 넥슨이 2018년 인수한 스웨덴 '엠바크 스튜디오'는 100명 남짓으로 구성됐지만 최근 내놓은 1인칭 슈팅 게임 '더 파이널스'가 소위 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성공 대신 재미에 집중한다'는 '민트로켓' 브랜드 명의로 한국의 소규모 개발팀이 제작한 '데이브 더 다이버'도 흥행과 호평을 동시에 잡은 사례다.
하지만 마호니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정작 넥슨의 캐시카우는 서구 게이머들이 비난하는 일명 '아시아식 가챠', 즉 확률형 아이템 수익모델을 채택한 대작들이란 점이다. 그 시초이자 대표격 게임이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게이머들에게 불리하도록 확률을 조정하고 이를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며 과징금 처분을 냈다. 이 중 상당수는 2021년 판교를 달군 '트럭 시위' 때 이미 지적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3분기 메이플스토리는 업데이트와 이벤트가 호평을 받으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넥슨 입장에선 절대 '나락에 빠져선 안 되는' 게임이다. 사실, 이런 게임에 돈을 쏟아부을 '큰손' 게이머는 어느 정도 한정돼 있다. 이들이 게임 커뮤니티의 여론도 주도한다.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집게손' 논란에 넥슨이 납작 엎드린 것은 그게 기업의 수익을 좌우하기 때문이었다. '메이플스토리'의 김창섭 디렉터는 '집게손' 논란의 맥락을 소거한 채 "고객이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전했고, 제공자는 불편함을 수정했다"고만 주장했다. 동일한 표현이 확률 조정 및 은폐 문제에는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넥슨은 이번 처분에 '확률 공개 의무가 없는 시점'이었다고 변명하면서 한국의 게임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란 표현까지 썼다. 물러서는 순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일 터다. 수익을 잃지 않겠다는 면에서만큼은 일관적이다. 지난여름 '데이브 더 다이버'를 꽤 즐겁게 했었다. 그 즐거움조차 과거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만든 막대한 수익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 게임 덕분이란 생각이 들고 나니, 선뜻 다시 게임을 할 수가 없어졌다. '불행한 소비자'의 일원이 된 지금, 마호니의 "난 행복하다"는 말이 더욱 허망하게 들린다.
출처: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401060418000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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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호니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정작 넥슨의 캐시카우는 서구 게이머들이 비난하는 일명 '아시아식 가챠', 즉 확률형 아이템 수익모델을 채택한 대작들이란 점이다. 그 시초이자 대표격 게임이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메이플스토리'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게이머들에게 불리하도록 확률을 조정하고 이를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며 과징금 처분을 냈다. 이 중 상당수는 2021년 판교를 달군 '트럭 시위' 때 이미 지적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3분기 메이플스토리는 업데이트와 이벤트가 호평을 받으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넥슨 입장에선 절대 '나락에 빠져선 안 되는' 게임이다. 사실, 이런 게임에 돈을 쏟아부을 '큰손' 게이머는 어느 정도 한정돼 있다. 이들이 게임 커뮤니티의 여론도 주도한다.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집게손' 논란에 넥슨이 납작 엎드린 것은 그게 기업의 수익을 좌우하기 때문이었다. '메이플스토리'의 김창섭 디렉터는 '집게손' 논란의 맥락을 소거한 채 "고객이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전했고, 제공자는 불편함을 수정했다"고만 주장했다. 동일한 표현이 확률 조정 및 은폐 문제에는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넥슨은 이번 처분에 '확률 공개 의무가 없는 시점'이었다고 변명하면서 한국의 게임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란 표현까지 썼다. 물러서는 순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일 터다. 수익을 잃지 않겠다는 면에서만큼은 일관적이다. 지난여름 '데이브 더 다이버'를 꽤 즐겁게 했었다. 그 즐거움조차 과거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만든 막대한 수익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 게임 덕분이란 생각이 들고 나니, 선뜻 다시 게임을 할 수가 없어졌다. '불행한 소비자'의 일원이 된 지금, 마호니의 "난 행복하다"는 말이 더욱 허망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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