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의 결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한때 “기술 업계 최고의 브로맨스”라고 불리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Credit: Luis Villasmil / Unsplash



지난 1년여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사이의 끈끈했던 관계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으며, 최근 들어 그 균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양사는 한때 매우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오픈AI CEO 샘 알트먼은 이를 가리켜 “기술 업계 최고의 브로맨스”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부분 관계가 그렇듯, 시간이 흐르면 상황은 달라지고 우정은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양사는 최소 6개월 이상 서로를 향해 날 선 반응을 주고받았다. 때로는 공개적인 갈등 양상까지 보였다. 알트먼은 전 세계 300명 이상의 기업 임원을 상대로 마이크로소프트 대신 오픈AI와 직접 협력하라고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알트먼은 생성형 AI 기술을 직접 개발한 팀과 일하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을 통해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하며 AI 파트너십의 방향 전환을 권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내일 오픈AI가 사라진다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지식재산권(IP)과 기술 역량을 갖고 있다. 인재도 있고, 컴퓨팅 자원도 있고, 데이터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모든 것이 있다. 우리는 그들 아래에 있고, 위에 있으며, 사방에 있다”라며 오픈AI를 향해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이제 두 기업은 법적 대응 수순에 접어들었다. 무엇을 두고 다투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투자한 130억 달러(약 17조 8,000억 원)의 대가로 무엇을 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양측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어떤 형태를 갖추게 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갈등의 뿌리

갈등은 2015년 오픈AI의 설립 방식에서 비롯됐다. 오픈AI는 애초에 비영리 조직으로 출범했다. 샘 알트먼, 일론 머스크 등의 공동 설립자들은 AI가 통제 없이 개발될 경우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했고, 사비를 들여 회사를 세웠다. 당시 이들은 오픈AI 설립 목적을 “수익 창출 제약 없이, 인류 전체에 가장 유익한 방식으로 AI가 사용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에는 금전적 이해관계가 거의 없었기에 이상적인 목표를 내세우는 것은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수백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AI 산업의 잠재 수익이라는 현실이 등장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이상주의는 점차 사라졌고, 오픈AI는 수익에 상한선을 둔 영리 기업으로 전환됐다. 이때부터 조직 구조는 외부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졌다. 오픈AI는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기 시작했고, 더 혼란스러운 것은 오픈AI가 자사 투자사와 직접 경쟁하는 구조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투자하며 오픈AI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코파일럿 AI 도구를 개발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투자로 어떻게 수익을 회수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오픈AI는 IPO를 추진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하는 복잡한 계획을 내놓았으며, 현재로서는 해당 계획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제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자.
현실적인 갈림길

오픈AI가 IPO를 통해 상장하기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금액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지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양사의 위치는 투자 당시와는 매우 다르다. 오픈AI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 역량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기업 가치는 3,000억 달러(약 410조 원)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챗GPT를 기반으로 코파일럿을 구축해 이를 전사적으로 배포함으로써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67조 원)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AI 서비스 호스팅 부문에서도 글로벌 AI 시장 선두 자리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는 130억 달러의 초기 투자가 이뤄졌던 당시와는 전혀 달라졌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IPO를 통해 대규모 현금 수익을 거두는 것보다, 자사 AI 경쟁력 유지 및 확대에 도움이 될 오픈AI 기술에 대한 장기적 접근권 확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리서치 부문 부사장이자 파트너인 닐 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해관계는 단순한 지분을 넘어선다. 투자 수익, 지속적인 AI 인프라 성장, 그리고 오픈AI 모델에 기반해 코파일럿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초기 주요 투자자이자 지원자로서, 앞으로도 영향력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에베레스트그룹(Everest Group)의 프랙티스 디렉터 아비비야크티 센가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분을 넘기고 그 대가로 오픈AI 모델에 대한 장기 접근권을 확보하려 한다면, 이는 ‘소유’에서 ‘운영 주도권’으로 전략을 전환하겠다는 실용적인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점점 더 복잡해지는 거버넌스 구조에 개입하지 않고도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전반에서 AI 우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오픈AI가 이번 합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다소 불분명하다. AI를 윤리적으로 개발한다는 명분을 지키는 동시에 가능한 한 많은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의 IPO를 위한 구조 개편안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오픈AI 입장에서는 유리하며, 이는 규제 당국이 새 구조를 승인할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낼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즉, 현금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닌 오픈AI의 핵심 기술에 대한 장기적 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AI 기업’이라는 지위를 위협받을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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