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누르는 순간 편집…AI가 여는 실시간 이미지 처리의 시대
혁신 기업들이 이미지 촬영 단계에 AI 처리를 직접 결합하며 경쟁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앞으로도 사진은 예전과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최신 AI 이미지 생성 도구는 이제 텍스트 프롬프트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수준을 넘어섰다. 사용자가 몇 마디 단어만 입력해도 마치 ‘무(無)’에서 그림이 탄생하듯 완성된 이미지를 즉시 생성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놀라운 기능이 더해졌다. 사용자가 사진을 업로드하면, AI가 이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수정하는 것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제품은 구글의 제미나이 2.5 플래시 이미지, 일명 ‘나노 바나나(Nano Banana)’다. 이 외에도 마이에딧 AI 이미지 에디터(MyEdit AI Image Editor), 포터 AI 포토 에디터(Fotor AI Photo Editor), 딥AI 포토 에디터(DeepAI Photo Editor), 로고AI 이미지 에디팅(LogoAI Image Editing), 구이닷에이아이 포토 에디터(Gooey.AI Photo Editor), 어도비 포토샵 등 다양한 도구를 통해서도 유사한 편집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들 도구는 사진을 편집하는 방식과 수준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사용자가 이미 촬영된 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제 이 전제가 바뀌었다.
최근 카메라 인텔리전스(Camera Intelligence)라는 업체가 아이폰 전용 하드웨어 주변기기 ‘카이라(Caira)’를 공개했다. 이 기기는 놀라운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진을 찍은 직후, 곧바로 나노 바나나 편집을 적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기기는 아이폰 12 이후 모델에 맥세이프 방식으로 부착할 수 있다. 교환식 렌즈를 사용하는 마이크로 포서드(Micro Four Thirds) 규격의 미러리스 카메라이며, 아이폰이 애플리케이션 구동과 뷰파인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사용자는 사진을 찍은 뒤 앱에서 바로 편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진 속 강아지를 벨로시랩터로 바꾸고 싶다면 나노 바나나가 즉시 변환 작업을 수행한다. 이후 완성된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친구에게 전송하는 등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카이라는 단순히 이미지 속에 새로운 물체를 추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진의 조명을 바꾸거나 배경을 교체할 수 있고, 인물에게 옷이나 액세서리를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사진에서 제거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이는 마치 과거 소련 시절 요제프 스탈린이 사진 속 인물을 지워버리던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카이라는 오는 10월 30일부터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사전 주문할 수 있으며, 2025년 1월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소비자 가격은 995달러로 책정됐으며, 초기 후원자는 795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은 이미 ‘계산사진술(Computational Photography)’이라 불리는 AI 기반 촬영 방식을 기본적으로 활용한다. 카이라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런 AI 수정 기능을 이미지 생성 과정의 극단적인 수준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즉, 촬영 이후가 아니라 카메라 자체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이 지점에서 카이라는 또 다른 혁신 카메라 제품,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의 드론 A1을 떠올리게 한다.
공중에서 영상을 실시간으로 합성하는 드론
안티그래비티의 A1은 세계 최초의 8K 일체형 360도 드론으로, 지난 7월 말 공개돼 2026년 1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드론은 상단과 하단에 렌즈를 장착해 360도 영상을 촬영하며, 인스타360(Insta360)의 고급 이미지 스티칭(영상 합성)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인스타360은 휴대용 360도 카메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A1이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점은 이 영상 합성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A1 드론은 몰입형 360도 실시간 영상을 지원하는 안티그래비티 비전(Antigravity Vision) 고글과 그립 컨트롤러(Grip Controller)와 함께 제공된다. 사용자는 고글을 얼굴에 착용한 뒤 드론을 조종하면 된다. 비행 중에는 드론의 카메라를 통해 상하좌우는 물론 뒤쪽까지 모든 방향의 시야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시야가 연동돼, 마치 드론 안에 직접 탑승해 주변을 둘러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영상 속에서는 드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실시간 영상 합성 알고리즘이 드론 자체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AI는 드론의 본체, 프로펠러, 암(Arm) 등을 즉시 인식해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지워낸다. 상하 두 카메라의 시야가 겹치는 구간의 데이터를 결합해 드론의 어떤 부품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360도 영상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처럼 촬영 단계에서부터 AI 처리를 통합하는 ‘프론트로딩(Front-loading)’ 접근 방식은 이제 다른 카메라 제품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시간 혁신의 시대
다양한 혁신 제품이 AI 처리를 실시간 혹은 그에 가까운 단계로 앞당기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오텔(Autel)의 EVO 라이트 엔터프라이즈(EVO Lite Enterprise) 시리즈와 EVO II 프로 V3(EVO II Pro V3)은 AI 연산을 기기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수행하며 저조도 영상 최적화, 자동 피사체 인식 등 향상된 영상 품질을 구현한다. 촬영된 영상이 저장되거나 전송되기 전에 AI 연산이 로컬 장치에서 즉시 실행되는 구조다.
- 플라이픽스 AI 플랫폼(FlyPix AI Platform)은 이미지나 영상이 캡처되는 순간, AI 처리를 직접 장치 내부에서 수행한다. 엔비디아의 젯슨(Jetson) 모듈과 같은 엣지 하드웨어를 활용해 100밀리초 미만의 지연 시간으로 실시간 분석을 처리하며, 즉각적인 객체 인식과 이벤트 알림이 가능하다.
- 인텔리비전 AI 비디오 애널리틱스(IntelliVision AI Video Analytics)는 클라우드나 중앙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카메라나 로컬 네트워크 노드 수준에서 AI 처리를 수행한다. 이를 통해 실시간 분석과 즉각적인 경보를 제공하며, 데이터 전송 지연과 대역폭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민감한 영상 데이터를 원본 근처에서 처리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높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 카미오 AI 시큐리티 플랫폼(Camio AI Security Platform)은 영상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가장 초기에 AI 처리를 적용한다. 사용자는 단순히 감지하고 싶은 활동이나 정책을 평문으로 입력하면 된다. 카미오의 AI가 이를 즉시 해석해 영상이나 센서 데이터가 수집되는 순간부터 해당 이벤트를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밖에도 실시간 AI 처리 기술을 적용해 혁신을 시도하는 기업은 많다. 대표적으로 스팟AI 시큐리티 솔루션(Spot AI Security Solution), 호버에어 X1 프로(HOVERAir X1 PRO)와 프로맥스(PROMAX), 루메오 AI 비디오 애널리틱스(Lumeo AI Video Analytics), 루마나 AI 애널리틱스(Lumana AI Analytics), 이글아이 네트웍스 클라우드 VMS(Eagle Eye Networks Cloud VMS), 아이리스플러스 AI 비디오 플랫폼(IRIS+ AI Video Platform) 등이 있다.
우리는 흔히 AI 이미지 처리의 성능과 기능에만 주목하지만, 정작 중요한 혁신은 이미지가 언제 처리되느냐에 있다. 촬영 순간 혹은 그 직후에 강력한 이미지 편집과 실시간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일부 기업은 속도와 유연성, 제어력, 보안성 측면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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