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클론, 인플루언서 세계 넘어 비즈니스 무대로
마침내, 당신의 디지털 클론이 당신의 일을 대신해 준다.
우리 모두 너무 바쁘다 보니, 일을 나눠 맡아줄 디지털 복제본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랄 때가 많다. 그리고 이제 AI 덕분에 그게 가능해졌다. 많은 사람이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자신을 복제한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이 디지털 트윈이 자신을 대신해 말하고 심지어 다른 이들과 상호작용하도록 하고 있다.
AI로 가짜 인물을 만들어내는 개념은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디지털 클론(digital clone)은 다르다. 이는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한 AI 복제본으로, 그 사람과 동일한 외모, 목소리, 말투, 그리고 관련된 지식까지 재현한다.
물론 디지털 클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사기나 음란물 같은 부정적인 용도다. 다만 최근에는 디지털 클론 기술의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활용례가 등장하고 있다.
생성형 AI 도구는 이제 익숙하다. 일레븐랩스(ElevenLabs),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이 그 예다. 반면, 헤드라(Hedra)가 지난 3월 출시한 캐릭터-3(Character-3)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을 수 있다. 이 AI 모델은 말하거나, 노래하거나, 움직이는 디지털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도구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자신의 사진과 음성 녹음을 업로드한다. 그런 다음 디지털 복제본이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기를 원하는지 프롬프트로 입력한다. 시스템은 업로드한 사진을 기반으로 영상 속 모습을 만들고, 목소리는 제공한 음성 샘플을 참고하며, 행동은 입력한 지시에 따라 구성한다.
캐릭터-3은 얼굴뿐 아니라 전신 움직임까지 생성할 수 있으며, 음성과 입술, 얼굴 움직임을 정밀하게 일치시킨다. 한 번에 최대 90초 길이의 영상을 처리할 수 있으며, 출력은 최대 4K 해상도, 초당 60프레임까지 지원한다.
캐릭터-3, 창작자와 기업을 사로잡다
캐릭터-3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마케터, 교사,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교사는 가상의 교사가 등장하는 교육 영상을 만들 수 있고, 브랜드는 디지털 홍보 모델을 광고에 활용할 수 있다. 이 툴은 헤드라 스튜디오(Hedra Studio)라는 웹 플랫폼의 일부로, 캐릭터-3뿐 아니라 영상, 음성, 이미지 제작을 위한 다른 AI 도구도 함께 제공한다. 사용자는 이 플랫폼에서 장면을 구성하고, 배경을 추가하며, 각 영상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조율할 수 있다. 개발자는 API를 통해 캐릭터-3을 연동해 사용할 수도 있다.
현재 캐릭터-3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주목받는 크리에이터는 코미디언 존 라조이로, 아기 캐릭터가 진행하는 형식의 팟캐스트 토킹 베이비 팟캐스트(Talking Baby Podcast)를 운영 중이다. 또 다른 대표 사례로는 가상의 가수 밀라 소피아가 있다.
이는 인플루언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규모와 상관없이 다양한 기업이 캐릭터-3을 활용해 광고 캠페인용 디지털 홍보 모델이나 브랜드 마스코트를 제작하고 있다. 브랜드는 자사 스타일과 메시지에 맞춘 맞춤형 캐릭터를 만들어 광고, 소셜 미디어, 고객 지원 영상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장점은, 시시각각 변하는 이슈나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캠페인용 크리에이티브를 준비하는 데 며칠씩 걸렸다면, 이제는 단 몇 분 만에 제작할 수 있다.
기업은 캐릭터-3을 내부 교육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형태의 가상 강사가 등장해 직원에게 새로운 업무 절차나 정책을 안내하는 교육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개발자나 AI 애호가는 캐릭터-3 API를 통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이들은 해당 모델을 자사 플랫폼에 통합해 맞춤형 영상 제작 도구, 챗봇, 가상 비서 등을 만든다.
교사와 교육 기업도 캐릭터-3을 활용해 가상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제작할 수 있다. 디지털 강사는 복잡한 개념을 설명하거나 상황극을 보여주고, 여러 언어로 말할 수 있어 학습을 보다 흥미롭고 접근성 있게 만들어준다. 현재 이 툴은 학교는 물론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도 이미 활용되고 있다.
헤드라는 현재 3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캐릭터-3을 이용해 1,000만 개 이상의 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산업 및 창작 분야 전반에 걸쳐 이 도구가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클론, 이제 비즈니스 현장으로
대기업부터 소규모 상점까지, 다양한 기업이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CEO의 디지털 클론 또는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버전은 CEO의 연설, 저술, 인터뷰, 회의 내용 등을 학습한 가상 복제본이다. 델파이(Delphi), 타버스(Tavus), 퍼스널 AI(Personal AI) 같은 기업은 CEO의 방대한 커뮤니케이션 및 행동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디지털 클론을 구축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드 호프만, 샘 리앙, 에릭 위안 같은 CEO는 자신의 AI 복제본을 만들어 회의에 참석하거나, 투자자와 전화하거나, 바쁠 때 직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데 활용한다.
기업이 디지털 클론을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조직의 지식과 노하우를 보존하고 전파하기 위해서다. 은퇴를 앞둔 임원의 AI 클론은 신입 직원에게 멘토 역할을 하며, 경험과 회사 문화를 전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덕분에 임원이 회사를 떠난 이후에도 귀중한 경험과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일부 기업은 이 디지털 클론을 활용해 온보딩을 진행하기도 한다. AI 클론이 나서서 회사의 가치와 전략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 기술이 과거에도 존재했다면 애플이 분명 스티브 잡스의 디지털 클론을 만들어뒀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디지털 클론은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에서도 활용된다. 리더의 스타일과 비전을 AI에 담아 팀이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클론은 직원, 고객, 파트너가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리소스로 작동하며, 실제 리더가 줄 법한 조언과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조직 전반의 명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식과 조언의 저장소로서의 클론
디지털 클론이라는 개념은 언뜻 보면 디스토피아적인 사이버펑크 SF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실제로 이런 아이디어는 대중문화에서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일부 사고 리더(Thought Leader)에게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특정 인물의 지혜, 지식, 조언에 대한 수요가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훨씬 초과할 때, AI는 그들이 말한 내용을 모두 포착해 자동화된 상호작용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 과부하 상태의 사람에게는 디지털 클론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지다.
맨해튼 출신 임상 심리학자 베키 케네디는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겪는 어려운 순간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를 구축했다. 케네디는 2020년 인스타그램에서 육아 조언을 공유하기 시작했으며, 2025년까지 팔로워 수가 32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인기를 모았다. 케네디의 스타일은 직설적이고 실용적이다. 주로 치료 세션 사이사이나 육아를 마친 뒤 짧은 영상을 찍어 올리곤 한다.
케네디가 설립한 굿 인사이드(Good Inside)는 지난해 AI 챗봇 ‘지지(Gigi)’를 출시했다. 이 챗봇은 케네디의 육아 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오픈AI 기술을 활용해 개발됐다. 부모는 이 앱을 통해 아이의 떼쓰는 행동을 어떻게 다룰지, 감정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등 실시간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슈퍼클론’의 불가피한 등장
여기서 말하는 슈퍼클론(superclone)은 필자가 직접 붙인 표현으로, 실제 인물의 외모, 목소리, 말투를 그대로 모방하면서도 그 사람보다 훨씬 더 강력한 능력과 지식을 가진 디지털 트윈을 의미한다.
슈퍼클론의 첫 번째 활용처는 개인 비서 역할이 될 가능성이 크다. 궁극의 AI 어시스턴트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많은 이들이 그것을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만들고자 할지도 모른다.
이런 배경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냅스터 뷰(Napster View)가 있다. 냅스터 뷰는 2.1인치 소형 고해상도 3D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로, 과거 P2P 파일 공유 서비스로 유명했던 그 냅스터(Napster)와 같은 브랜드명이지만 다른 회사다. 이 회사는 6월, 사명을 인피니트 리얼리티(Infinite Reality)에서 냅스터로 변경하고, 터치캐스트(Touchcast)를 5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냅스터 뷰를 출시했다. 냅스터 뷰는 냅스터 컴패니언(Napster Companion)이라는 AI 어시스턴트 플랫폼을 표시하는 데 사용된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냅스터 컴패니언(Napster Companion)을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USB-C로 연결하면 별도의 설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무게는 2.3온스(약 65g) 미만으로 매우 가볍다. 본체는 양극 산화 처리된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사용자가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녹화해 냅스터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냅스터 뷰는 이를 바탕으로 실사형 3D 아바타를 생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바타는 말하고, 움직이고,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디지털 어시스턴트 역할을 수행한다. 이 아바타의 외형과 목소리는 사용자와 같지만, 상호작용은 오픈AI와 제미나이 모델의 지식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또 다른 슈퍼클론 개념은 CEO나 비즈니스 책임자가 자신의 지식과 말투를 그대로 담은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여기에 회사, 시장, 기타 관련 분야의 실시간 정보를 연동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실제 인물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춘, 사실상 한층 지능화된 디지털 리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클론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AI 기반 디지털 클론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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