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시장의 표준, 세계를 움직이는 ‘리눅스’ [리눅스 월드 ①]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운영체제는 무엇일까?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 ‘윈도’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정답은 ‘리눅스(Linux)’다. 34년전 리누스 토발즈의 개인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리눅스는 이제 스마트폰에서 클라우드까지 모든 유형의 디바이스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환경이 됐다. 특히 모바일의 80% 이상, 클라우드의 90% 이상이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고, 이미 증권 거래 시스템 등 가장 민감한 시스템까지 리눅스가 활용될 정도다.
지난 수십 년간 리눅스와 함께 오픈소스 생태계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오픈소스를 ‘개인 개발자들의 장난감 프로젝트’ 정도로 생각하던 시절은 수십 년 전의 상황일 뿐이다. 이제 리눅스와 오픈소스 생태계는 글로벌 주요 기술 기업들이 지원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코드 기여로 경쟁하는 곳이 됐다. 모든 기여가 공개되지만 이를 사업으로 이어 가는 모범 사례도 등장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IT 환경의 현실적인 ‘글로벌 표준’은 오픈소스이고, 그 기반을 만든 것이 ‘리눅스’다.
개인 프로젝트로 시작한 리눅스, 이제는 세계의 중심
리눅스의 시작은 약 34년 전인 1991년 8월 25일, 헬싱키 대학의 ‘리누스 토발즈(Linus Torbalds)’가 뉴스그룹을 통해 공개한, ‘단지 취미로’ 만든 운영체제의 초기 커널 구현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리눅스의 시작은 이전에 있던 미닉스(Minix)와 유사한 형태였지만, 미닉스의 클론은 아니다. 공개 당시에는 자체적인 라이선스 모델이었지만 이후 1992년부터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지만 이 소스를 기반으로 만든 소프트웨어도 소스를 공개해 배포해야 하는 GPL(GNU General Public License) 모델을 적용했다.
리누스 토발즈가 처음 ‘0.01’ 버전의 커널을 공개할 당시, 운영체제의 이름은 지금의 ‘리눅스’가 아니었다. 원래 염두했던 이름은 ‘Free’와 ‘Freak’, ‘X’를 합친 ‘Freax’였다고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FTP 서버를 관리하던 동료 아리 렘케(Ari Lemmke)가 처음 0.01 버전의 ‘운영체제’를 업로드할 때 임의로 ‘Linux’라 이름 붙였고, 이후 이 이름이 확정됐다.
이후 현재처럼 ‘배포판’이 나온 것은 1992년 SLS가 처음이고, 이를 이은 것이 1993년 등장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슬랙웨어(Slackware) 계열이다. 이후 데비안(Debian) 계열이 1993년, 레드햇(Red Hat) 계열은 0.9 베타가 1994년 10월, 1.0은 1995년 5월 등장하면서 현재의 주요 축 구도가 만들어졌다. 지난 5월 레드햇이 발표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10(RHEL 10)’은 시기적으로도 ‘레드햇 리눅스 1.0’의 발표 30주년을 기념하면서 대를 잇는 형태가 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리눅스의 시작은 386 호환 시스템에서였지만, 이제는 현존하는 거의 모든 유형의 시스템을 지원하도록 확장됐다. 이제 리눅스는 인텔과 AMD의 x86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 뿐만 아니라 Arm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이나 RISC-V, IBM 파워(Power) 프로세서, 오라클의 스팍(SPARC) 프로세서 등까지 모두 지원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안드로이드(Android)’도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한다. 서버 시장에서는 클라우드에서의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명실상부한 ‘주류’로 평가받는다.
리눅스의 장점은 ‘자유로움’이다. 특히, 비용 측면에서부터 기본적으로는 커뮤니티 기여를 전제로 ‘무료’로 접근할 수 있었다. 이 ‘기여’의 개념은 꼭 개발에 참여하는 것 뿐 아니라, 사용 사례와 문서를 만들고 문제와 해결책을 공유하는 것 등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모든 움직임을 포함한다. 크게는 기존의 상용 환경을 벗어나 리눅스의 사용에 나서는 것부터도 기여라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책임에 대한 시간과 비용의 문제는 리눅스와 오픈소스의 기업 내 경제성의 문제와 상용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에서 중요한 이유가 됐다.
이미 서버 시장의 중심은 2000년도 초중반부터 ‘리눅스’였다. 당시 인터넷의 공개와 닷컴 버블로 웹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던 시절에 저렴한 x86 서버와 별도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리눅스의 조합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기능이나 성능 측면에서도 손색없음을 넘어 당시부터 충분히 뛰어났다. 2010년대 클라우드로의 전환에도 리눅스가 중심이 됐고, 증권거래소 등 신뢰성이 중요한 환경에도 리눅스 기반 환경이 도입됐다. 현재 서버 시장에서는 x86 리눅스 서버가 실질적인 표준이 됐고, 윈도 서버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며, 유닉스(Unix) 서버는 이제 IBM과 오라클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는 모습이 됐다.
AI 시대의 인프라 환경도 리눅스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오늘날 주목받는 거대언어모델(LLM) 구동 환경이나 GPU 서버 운영 환경은 리눅스를 전제로 한다. 리눅스 환경에서는 최신 LLM을 구동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스택을 ‘네이티브’로 쓸 수 있지만, 윈도에서는 한 번 포팅된 것을 써야 해서 성능 등이 아쉬울 때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예 WSL(Windows Subsystem for Linux)로 윈도 안에 리눅스를 직접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 정도며, 윈도 환경에서 AI를 개발할 때 많이 사용된다. 예전 마이크로소프트가 리눅스를 ‘적’으로 생각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변화다.
리눅스의 성장과 ‘오픈소스’ 시대의 변화
리눅스는 지금까지 34년간 성장해 오면서 ‘오픈소스’ 시장까지 크게 바꿔 왔다. 흔히 ‘오픈소스’라 하면 개인 독립 개발자들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커뮤니티가 떠오르지만, 현재의 오픈소스 생태계는 오히려 빅 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기술 주도권 경쟁의 장이 됐다. 최근 커널 버전들에서 주요 상위 기여자로는 인텔, 레드햇, 수세(SuSE), 구글, 메타와 오라클, 화웨이 등이 꼽힌다. AMD와 퀄컴, 엔비디아 등도 최신 하드웨어 지원 등으로 제법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대형 기술 기업들이 ‘오픈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사회적으로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코드들을 각자 만드는 데 대한 사회적 낭비를 ‘공유’를 통해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오픈소스 생태계 참여는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된 환경 속에서 각 사의 제품과 기술이 좀 더 유리하게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활동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신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지원 또한 이제 예전처럼 개인 개발자의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제조사들의 ‘직접 지원’이 발빠르게 제공되고 있을 정도다.
또한 모든 것을 공개하는 ‘오픈소스’에서도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오픈소스 수익화의 시초로는 ‘레드햇’이 꼽힌다. 레드햇은 2002년 기존의 ‘레드햇 리눅스’를 유료 지원을 포함한 기업용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와 기존처럼 공개된 개인용 ‘페도라’로 나누면서 현재의 사업모델로 전환한 바 있다. 이후 오픈 소스를 기업의 미션 크리티컬 환경에 적용을 보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하는 기업들도 많이 늘었다. 레드햇은 2019년 340억달러(약 47조1580억원)에 IBM에 인수됐는데, 이후 IBM의 소프트웨어 부분은 물론 전체 실적까지 제법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눅스 시대 이후 전 세계의 IT 업계를 이끄는 거대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들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인터넷 시대 웹 서버의 표준처럼 다뤄진 ‘아파치(Apache) 웹 서버’에서부터 시작돼 1999년 설립된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이나, 클라우드 시대 VM웨어의 대안으로도 꼽히는 ‘오픈스택(OpenStack)’에서부터 시작돼 2012년 설립된 ‘오픈인프라 재단’ 등이 대형 프로젝트로 꼽힌다. 현재 리눅스 재단은 세계 최대급 오프소스 재단 중 하나로 전 세계의 기술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리눅스 재단의 플래티넘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서버’ 중심의 리눅스 시장은 크게 ‘레드햇’ 계열과 ‘데비안(Debian)’ 계열이 큰 축으로 자리잡은 형세다. 레드햇 계열은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를 중심으로 기업 시장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고,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배포판들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와 동등한 ‘클론’ 배포판들이 제법 많은데, 이전에는 ‘센트OS’가 대표적이었고, 지금은 ‘록키 리눅스(Rocky Linux)’가 이를 잇고 있으며, 오라클의 ‘오라클 리눅스’도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복제본’ 같은 관계다.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배포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센트OS(CentOS)’였는데, 이 배포판은 레드햇에 인수돼 이제는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의 개발 과정에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의 변화가 먼저 적용되는 위치가 됐다. 또한 레드햇은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의 소스 공개 정책을 바꾸면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와 동일한 구성의 배포판을 만드는 것을 매우 까다롭게 했다. 레드햇은 이애 대해 “완전한 복제판은 생태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단순 복제판보다는 바이너리 수준에서의 호환성 보장 추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 다른 축으로 꼽히는 ‘데비안’ 계열은 이제 본류인 ‘데비안’보다는 데비안에서 파생된 ‘우분투(Ubuntu)’가 더 유명해졌다. 우분투는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와 구성으로 처음 리눅스를 접하거나 PC에서 윈도의 대안 운영체제를 찾는 수요 등에서 인기를 끌었고, AI 시대에는 GPU 인프라 구성의 표준 환경 중 하나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른 배포판 대비 우분투 환경 기반에서의 문서와 정보 등도 많고, 필요한 패키지들의 설치 또한 쉬운 편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드라이버 바이너리가 기본 리포지터리에 들어 있어 편리하다.
사실 레드햇과 데비안 계열 모두 같은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다른 구성 요소들에서 각 배포판별 특성이 반영된 정도다. 예전에는 배포판 별로 제공되는 패키지 구성이나 시스템 디렉토리 설정 등도 다 달라서, 프로그램이나 라이브러리가 없으면 소스 코드를 받아 컴파일하기까지 해야 했지만 지금은 이런 일은 거의 없어졌다. 컨테이너 기술을 활용하면 프로그램에 필요한 라이브러리를 시스템이 아니라 컨테이너에 포함할 수 있어, 리눅스 사용자들을 괴롭히던 종속성 문제도 거의 해결되는 단계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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