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 ‘내돈내산’ 윈도우에서 왜 잔소리를 들어야 할까
보통 PC를 완제품으로 산 경우 설치된 윈도우는 PC 제조사에서 미리 값을 치른다.
필자처럼 직접 PC를 조립하면 조립하는 당사자가 직접 결제해 윈도우를 구매하게 된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윈도우는 자신이 혹은 업체가 구매한 제품이다.
그런데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에게 자사가 원하는 방식대로 제품을 사용하도록 계속해서 광고하고 잔소리하며 불쾌하게 하는 것일까?
윈도우에 처음 광고가 도입된 것이 윈도우 10이었다. 운영체제 기능과 다른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일부는 유용하기도 했지만 윈도우 11에서는 도가 지나치다. 알림센터를 넘어 사방에서 광고가 나타나고 시작메뉴까지 점령했다.
로컬 계정으로 윈도우를 쓰는 이들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으로 로그인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여, 정중하게 거절한다. 이유는 3가지다.
무엇보다, 사실 이런 식의 귀찮게 하기가 성공한 적이 있기는 했나?
과장을 좀 보태면 필자는 캘리포니아에서 수년째 살고 있지만 프랍 65(Prop 65)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필자 역시 유해물질에 대해 민감하지만 이 조항은 과하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리피Clippy)라는 모두가 증오했던 ‘귀찮은 기능’을 만든 전례가 있다.
클리피가 퇴장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교훈을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가 기업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계속 강요하는 것은 기업이 추천하려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뿐이다.
둘째, 필자는 로컬 계정을 쓰는 것을 나의 삶의 방식으로 결정했고, 이 결정에 대해 누군가 계속 왈가왈부하는 것이 탐탁지 않다.
필자는 윈도우 11을 로컬 계정으로 설정해 사용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이런 결정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계정으로 변경하라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광고를 보여주지만, 필자는 우연으로라도 이를 클릭하고 싶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돈을 내고 구매할 때는 모든 기능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미 밝힌 것처럼 필자는 위험과 장점을 모두 고려해 로컬 계정으로 윈도우를 사용하기로 했다.
필자는 어느 정도의 광고와 알림에 대해서는 충분히 참아줄 용의가 있지만, 윈도우 11에서는 도가 지나쳤다.
로컬 계정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고급 사용자라는 의미인데도,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사용하라는 이 지속적인 팝업 광고는 매우 폭력적이다.
마치 권투를 하는데 정상적인 권투 글로브가 아니라 얇은 천 글로브를 끼고 사용자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가 원하는 결과 쪽으로 밀어 붙이려는 느낌이다.
이런 고압적인 기업의 끝판왕이 누구인가? 바로 애플이다.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필자가 쓰지 않는 제품이 바로 애플 기기다.
셋째, 구매한 제품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다.
윈도우 10에서 처음 광고를 노출하기 시작했을 때, 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행위가 납득이 됐다.
귀찮긴 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업그레이드를 무상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절대 하지 않던 행위였고,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365를 계속 광고하는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이해의 감정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즉,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만큼 사용자에 따른 구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윈도우 10 또는 11의 유료 라이선스 사용자라면 이런 식의 잔소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 로컬 계정을 윈도우를 쓰기 위해 갖은 번거로움을 무릅쓴 이들에게는? 역시 광고로 잔소리해서는 안 된다. 윈도우 7 혹은 8에서 업그레이드한 이들이라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느 정도 용납될 것이고, 혹은 더 많은 개인정보와 사용정보를 빼가려 시도하는 것도 어떤 면에서 납득할 수 있다.
정리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최신 운영체제의 긍정적인 평가를 갉아 먹는 이런 광고와 잔소리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 물론 이해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열심히 일하는 윈도우 관련 팀들은 단지 자사의 최고 제품을 더 좋게 만들고 싶을 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십대를 교육하며 겪은 소중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무언가를 하라고 계속해서 반복하면 오히려 하지 않는다는 교훈 말이다. 사실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다. 단지 십대와 달리 주머니가 두둑하고, 돈을 써서 제품을 구매할 때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것이 있을 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동은 이 기본적인 기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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