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리스크 국내 IT 업계 ‘중장기 수요 위축’ 경계령
장기화 우려에 중동 공략 속도 조절 움직임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며 전 세계 경제가 유가 급등과 물류 대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IT 업계는 일단 "직접적인 타격은 아직 없다"며 안도하면서도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공습 이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국내 반도체 등 하드웨어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동 지역 수출 비중이 미미한데다가 반도체의 경우 주로 항공편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중동 분쟁의 핵심 발발 지점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지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반도체나 스마트폰 부품은 주로 항공편을 이용해 운송된다. 해상 봉쇄가 직접적인 물류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다만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은 중장기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간담회에도 생산 원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소프트웨어나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우 물리적 국경의 제약이 거의 없어 이번 군사 행동에 따른 직접적인 서비스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성일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은 “중동전쟁과 관련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특별하게 애로사항이나 영향에 대해 나오는 얘기는 아직 없다”며 “AI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지난해 ‘중동진출 협의회’를 구성해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중동 프로젝트의 특성상 단일 기업이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AI 플랫폼, 소프트웨어, IT서비스 업체들이 연합한 ‘풀 스택’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은 단기적인 매출 성과보다 장기적인 파트너십과 기술 신뢰도가 우선되는 시장”이라며 “현재의 전쟁 국면이 당장 가시적인 계약 파기나 프로젝트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중장기적 수요 감소’다.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주변국으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져 IT 기기 및 솔루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 간담회에서 이 지역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데이터센터 구축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중동 시장 진출 시기를 잠정 보류하거나, 리스크 분산을 위해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포스트 중동의 대안으로 동남아시아 시장과 국내 내수 시장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단 움직임이 포착된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 관계자는 “해외 공략 지역으로 중동을 보고 있었으나 올해는 우리나라나 동남아 등에 집중할 예정”이라면서도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당장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중동 정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동 현지 파트너들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기존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정학적 안전지대를 중심으로 한 매출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방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도 “단기적으로 특별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반도체는 항공편을 이용하고 소부장도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는 경우는 드물지만 중장기로 봤을 때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쟁이 길어질 경우 수요 감소로 인한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DC는 중동 전쟁이 3개월 이내에 종료될 경우 글로벌 IT 지출 증가율이 기존 10%에서 9%로 1%p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중동·아프리카(MEA) 지역 IT 시장은 올해 5% 성장할 것으로 봤으나, 분쟁이 몇 달간 이어지면 성장률이 3~4%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스마트폰·디바이스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에너지 비용 상승, 물류·공급망 불안, 메모리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사이버보안, 멀티리전 클라우드, 국방 관련 AI, 애널리틱스 등은 오히려 지출이 가속될 영역으로 보며 통신사·하이퍼스케일러의 AI 인프라 투자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