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넘치고 의미는 부족한 시대, 기업에는 오히려 국문학도가 필요하다
지난주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관람했다. 영화를 즐기기가 쉽지 않았다. CGI 과부하에 걸린 것 같다. 로튼 토마토에서 89% 점수를 받은 것을 보면, 다른 관객들의 내성이 더 높은 모양이다. 링크드인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링크드인에 접속해 지인과 동료들의 날카로운 비평을 찾아보지만, 정작 AI가 뽑아내는 글에 사람의 목소리는 묻혀 버린다.
AI나 특수효과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인공적’이고 ‘특수한’ 것이 모든 것을 포화시켜 인간다움이 사라지는 현상에 반대한다. 스파이더맨이 지루해진 것은, 압도적인 제작물로 인해 경이로움이 완전히 증발했기 때문이다. 링크드인이 따분해지는 것은 모든 사람의 글이 엇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완벽한 비유는 아니지만, 문제의 본질은 같다.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콘텐츠가 풍부해질수록, 관심을 끄는 일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왜 그럴까? 우선, 그럴듯한 초안을 만들기가 쉬워질수록 차별화하기는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수년 전 게재된 사설에서, 전 구글·트위터 임원 산토시 자야람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이 엔지니어링만이 아닌 스토리텔링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글이 아니다. 무엇을 말할 가치가 있는지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은 AI를 자유롭게 활용하겠지만, AI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주지는 않는다.
기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언어 인재
몇 년 주기로 2014년에 썼던 글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당시에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인프라의 부상으로 신제품 출시 비용은 급락한 상태였다. 수많은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잠재 고객에게 왜 X 제품이 Y 제품보다 나은지 이해시키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선택지의 홍수 속에서, 필자는 다음 마케팅 채용 대상이 전통적인 마케팅 배경을 가진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 대신 흥미로운 논제를 구성하고 수백 단어로 압축하는 능력에 집중하겠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품의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12년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AI 시대인 오늘날 그 필요가 얼마나 더 커졌을지는 자명하다. 매주 또 다른 AI 기업이 탄생해 수십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수억 달러를 조달하며 주목 경쟁에 뛰어든다. 한편, 수많은 기존 AI 기업은 불과 5분 전보다 더 나은 새 모델을 계속 출시한다. 업계 전체로 보면, 선택지는 넘쳐나지만 무엇을 골라야 할지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에게는 ‘글쓰기 전공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
물론 글쓰기가 영 서툰 국문학 전공자도 있고, 글을 아름답게 쓰는 엔지니어도 있다. 학위가 핵심이 아니다. 필자가 말하는 것은 글을 꼼꼼히 읽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사실의 더미 속에 묻힌 논지를 찾아내고, 다른 사람이 행동할 수 있도록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다. 글쓰기는 단지 그 모든 판단력이 드러나는 공간일 뿐이다.
AI가 낮춘 ‘그럴듯한 글’의 가격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놀라울 정도로 글을 잘 쓰지만,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래도 ‘공허한’ 글은 많은 경우에 충분히 쓸 만하다. 클로드나 챗GPT에 제품 개요서를 넣고 첫 미팅용 덱, 출시 게시물, 임원 이메일, 소셜 스니펫 20개를 요청하면 몇 초 안에 결과물이 나온다. AI가 형편없는 기업 글쓰기를 발명한 것도 아니다. 기업은 오래전부터 지루한 생각 리더십 글이나 무감각하게 따분한 보도자료를 대필해왔다. AI는 그것을 산업화했을 뿐이다.
글쓰기의 획일화는 실제 근거가 있다. 2024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실험에서, AI가 생성한 아이디어에 접근할 수 있었던 피험자들은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야기를 썼다. 특히 원래 창의성이 낮은 작가일수록 그 효과가 컸다. 또한 이야기가 서로 더 비슷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최근에는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된 연구에서 88만 건 이상의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 AI 사용이 확산될수록 글쓰기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텍스트 일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LLM이 글을 다시 쓰면 내용은 대체로 보존되지만 글쓰기 복잡성의 다양성이 21%에서 50%까지 줄어들었다.
AI가 전반적으로 글의 수준을 높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글을 다소 밋밋하게 만들기도 한다(필자의 아들이 쓴 표현을 빌리자면).
희소해진 역량, 판단력
링크드인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링크드인은 판에 박힌 AI 쓰레기 콘텐츠를 억제하려 한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영업용 자료처럼, 일부 AI 결과물은 애초에 만들어질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풍부하게 쏟아지는 결과물을 실제로 쓸 수 있는 무언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취향’이라고 불러도 좋지만, 결국 글에 사람이 나타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제품 주장을 더 그럴듯하게 들리게 만드는 것을 의미할 수 없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그 무게가 너무 크다. 기업은 자사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업무를 자동화할지, 누구를 신뢰할지, 그리고 매일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에 수년간의 기업적 노력을 걸어볼지를 결정하고 있다.
제품 설명서를 매끄러운 문장으로 바꾸는 것에 그치는 커뮤니케이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벤치마크와 고객 성과를 구별하고, 새로운 기능과 전환 이유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기업이 정직하게 약속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혹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만든 슬라이드 너머의 영업 현실
일반적인 첫 번째 미팅용 덱을 생각해보자. 웬만한 LLM이라면 몇 초 만에 만들 수 있다. 시장 변화, 고객 과제 세 가지, 제품 아키텍처, 인상적인 로고, 다음 단계로 구성된 덱이다. 첫 번째 덱치고는 훌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쓸모 있는 덱이 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영업 담당자에게 필요한 것은 슬라이드 더미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잠재 고객과 다음 30분을 더 확보하는 방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영업 담당자가 그 방법을 찾도록 돕기 위해, 제품 마케터는 기계에 범용 덱을 만들어달라고 시간을 쏟는 대신, 영업 통화를 듣고, 영업 담당자와 대화하고, 고객을 인터뷰하고, 기존 피치가 어디서 청중의 집중을 잃는지 파악하고, 조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영업 지원 과정에서 AI는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다. LLM은 통화 녹취록을 분석하고, 반복적으로 나오는 반론을 찾아내고, 고객 사례를 영업 대화 가이드로 전환하고, 핵심 내러티브를 특정 산업에 맞게 조정하고, 특정 고객사를 위해 영업 담당자가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루프 안에 있는 인간의 직관과 질문에 힘을 실어주는 보완재 역할을 한다.
‘국문학도’의 새로운 역할은 더 많은 자료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사람, 제품을 파는 사람,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는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번역가가 되는 것이다. 제품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것보다 훨씬 사려 깊은 제품 마케팅이다. 핵심은 경쟁 정보, 제품 출시, 영업 지원 등 다른 모든 기능을 하나로 엮는 스토리텔링이다.
국문학도의 역할은 결코 기술 거부적 역할이 아니다. AI를 우선에 두고, 처음부터 그리고 자주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AI가 이야기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AI는 분석과 데이터로 이야기를 이끌고 뒷받침하는 조력자다. 목표는 장인적이고 AI 없는 산문이 아니다. 좋은 영화가 CGI를 금지할 필요가 없듯, 인간이 모든 단어를 직접 타이핑할 필요는 없다. 최고의 특수효과는 이야기를 섬기고 사라진다. 특수효과가 이야기 자체가 되는 순간, 경이로움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