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기술만큼 발표 실력도 중요해”... 대학 벽 허물고 뭉친 예비 보안인들
AI가 취약점을 찾아내고 해킹까지 하는 시대, 미래 보안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현업 전문가들은 해킹 기술 못지않게 컴퓨터 과학 기초와 원활한 소통 능력을 꼽는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더라도 이를 고객사나 조직 내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낼 보고서 작성과 발표 역량, 즉 ‘소프트스킬’ 없이는 그 한계가 뚜렷하다는 조언이다.
서울여자대학교 지능정보보호학부 학생회가 주최한 제15회 레몬세미나가 ‘일상의 틈을 메우는 보안: 연결된 시대, 확장되는 보안 환경’을 주제로 지난 12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서울여대와 고려대, 세종대 정보보호학과 학생들이 대학 간 벽을 허물고 의기투합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연사들은 학문과 실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주제로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해킹·보안 전문 유튜버 ‘노말틱’은 웹과 모바일 환경을 융합한 모의해킹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며, 학부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발표나 보고서 정리 같은 ‘소프트스킬’을 기를 것을 당부해 학생들의 공감을 샀다. 김현태 티오리 파트리드 역시 불과 2년여 만에 리눅스 커널 취약점까지 스스로 찾아내는 AI의 진화 속도를 짚으며, 방어자가 AI의 한계를 검증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넓은 시야와 CS 기초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보안 기술과 거버넌스에 대한 접근법도 이어졌다. 박기웅 세종대 교수는 초파리의 뇌 신경망 연구 등 생명과학에서 영감을 얻은 컴퓨터 안티템퍼링(복제방지) 설계 기법을 소개하며 융합적 사고를 강조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AI안전연구소장)는 AI가 유발하는 환각 현상과 사이버 공격 사례를 통해 AI 전환 속에서 보안과 안전을 동시에 담보할 글로벌 협력 체계 구축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 연사들의 수준 높은 분석도 돋보였다. 방세연 서울여대 학생은 브라우저에서 커널로 이어지는 취약점 체이닝(Chaining) 기법을 주제로 단일 취약점을 넘어선 공격 경로 분석의 중요성을 짚었고, 조원민 고려대 학생은 차세대 금융 인프라와 키 관리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풀어냈다. 이어 김법연 고려대 교수는 인쇄술에서 인터넷으로 이어진 기술 발전에 따라 프라이버시 권리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으로 진화한 맥락을 설명하며 법률적 접근을 더했다.
천민진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학생회장은 “올해는 고려대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사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준비했다”며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와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뜻깊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