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트럼프발 관세 충격에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오르락내리락하는 관세가 내일 또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세 변동에 따른 혼란은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더 어렵게 만들고 비용 부담을 더 무겁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IT 관리자는 하드웨어 운영을 이어가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혼란스럽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 모두가 그렇다. 하지만 회사에서 PC 구매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이 혼란은 곧 걱정거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윈도우 10의 공식 지원이 오는 10월 14일 종료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관련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앞으로 기술 장비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잉그램 마이크로(Ingram Micro) CEO 폴 베이는 최근 CRN과의 인터뷰에서 “관세는 OEM이나 업체에서 유통사로, 다시 유통사에서 솔루션 업체로, 결국 최종 사용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에이서의 CEO 제이슨 천은 최근 “수입세 때문에 기본적으로 10% 정도 가격이 오를 것이다. 매우 단순한 계산이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부터 많은 사람이 예상했다. 특히 레노버 같은 중국 제품이나 애플과 델처럼 대부분 제조 과정을 중국에서 진행하는 제품에 수많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그 당시 핵심 질문은 단 하나였다. “도대체 얼마나 오를까?”
답은 날마다 바뀌는 듯하다. 그리고 연말까지의 계획을 세우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관세 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첫 조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것이었다. 전자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품목에 대해 125%에서 145%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부과됐다. 그런데 약 일주일 뒤, 미 행정부는 일부 품목에 대한 핵심적인 예외 조치를 발표했다. 스마트폰,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포함한 컴퓨터, 그리고 반도체와 메모리 카드, 평판 디스플레이 등의 여러 전자기기와 부품이 ‘상호주의 관세’에서 제외됐다.
참고로 중국산 전자제품에는 여전히 20%의 관세가 부가되며, 다른 국가에서 수입한 전자제품에도 10%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하지만 상황은 훨씬 더 모호해졌다. 이번 관세 ‘완화’ 조치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은 이미 전자제품을 겨냥한 업종별 관세가 “아마도 한두 달 안에”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흥미롭게도,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예외 조치의 범위와 지속 기간에 대해 자국 관료들의 발언과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적도 있다.
그리고 4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24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이폰 16 프로 한 대에 2,478달러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올해 말쯤이면 직접 체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중국산 기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미국의 동맹국인 대만도 예외는 아니다. 3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산 자동차, 자동차 부품, 컴퓨터에 대해 새롭게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4월 2일에는 대만산 모든 다른 수입품에 대해 별도로 32%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뒤, 이 32%의 관세는 90일간의 협상 기간을 조건으로 10%로 인하됐다.
결국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현재로서 대만산 컴퓨터는 새로운 상호주의 관세와 10%의 글로벌 관세에서 일시적으로 면제된 상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섹션 232 관세(Section 232 Tariff)’라는 별도의 조치 아래, 컴퓨터에는 여전히 25%의 추가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이 관세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컴퓨터를 대상으로 하며, 지금까지는 대만을 포함해 어떤 나라도 예외가 없다.
이쯤되면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 감이 올 것이다.
지금 사거나 버티거나
적어도 혼란스러운 미국 기업뿐 아니다. IDC의 클라이언트 디바이스 부문 부사장 프란시스코 제로니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어떤 기업도 명확한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은, 예외 조치가 유효한 동안 최대한 많은 제품을 미국으로 선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빼놓을 뻔한 것이 있다. 컴퓨터에 꼭 필요한 각종 주변기기에는 여전히 전면적인 관세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USB 충전 케이블, 휴대용 배터리팩, 헤드폰, 게임 콘솔 같은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지금’ 구매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사야 한다. 당분간 가격이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경제 이론, 즉 이런 모든 조치가 결국 미국의 첨단 기술 제조업을 부흥할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개인적으로는 믿지 않는다), 미국 내 컴퓨터 및 부품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제품을 내놓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 지금 당장 여러 대의 PC가 필요하다면, 기다릴 여유가 없다.
또 다른 방법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국가의 OEM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그 OEM이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이 외에는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는 모든 국가가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고 싶어 한다고 자랑하지만, 현실은 아직 단 한 건의 협정도 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
윈도우 11로 전환하고 싶지 않거나, AI PC 열풍에 아직 마음이 가지 않았다면 현재 사용 중인 하드웨어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윈도우 10의 공식 지원 종료가 몇 달 앞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유료 지원을 받을 의향이 있다면 10월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하게 사용할 수는 있다. 다만, 그건 또 다른 차원의 판단이 필요하다. 혹은 아예 윈도우 대신 크롬OS 플렉스(ChromeOS Flex)나 리눅스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진짜 원하는 선택은 아닐지라도 올가을쯤 새 PC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생각해 보면 지금 쓰는 PC를 최대한 사용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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