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과 AI의 결합, 다가오는 ‘큐데이’의 새로운 보안 전선
AI와 양자 컴퓨팅이 만나면서 엄청난 연산 성능 향상이 이뤄지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 보안 확보, 결과 신뢰성 확보, 그리고 빠르게 다가오는 큐데이에 대비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AI는 자율주행 및 자동화 기술의 확산을 통해 전 세계 기술 생태계 전반으로 빠르게 뻗어나가고 있다. 다양한 산업에서 AI를 도입하며 기술 혁신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AI가 불러온 충격과 변화를 흡수하는 과정에 있는 가운데, 이제는 또 다른 기술 혁신인 양자 컴퓨팅이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로, 기존의 고전적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다. 일부 전문가는 최근의 AI 열풍과 곧 본격적으로 등장할 양자 컴퓨팅을 각각 ‘두뇌’와 ‘근육’에 비유한다. 만약 이 비유가 사실이라면, 두뇌가 근육을 만나는 순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바로 그 지점을 향하고 있다.
이 두 기술의 충돌은 컴퓨팅, 사이버보안, 나아가 지정학적 권력 구조까지 재편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전쟁을 예고한다. AI와 양자 컴퓨팅이라는 거대한 두 흐름이 맞물리면서 21세기에는 우리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뿐 아니라 권력, 프라이버시, 혁신이 분배되는 방식 자체가 새롭게 정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인식하고 학습하는 데 강점을 지니며, 양자 컴퓨팅은 동시에 여러 경로를 탐색할 수 있어 복잡한 계산 문제를 한층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 특성 덕분에 양자 기술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계산 혁명’을 촉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양자 논리가 바꾸는 인터넷의 미래
양자 컴퓨팅은 단순히 연산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계산 자체의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발명이다. AI가 0과 1의 비트(bit)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qubit)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이라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통해 동시에 여러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 특성 덕분에 정교하게 설계된 양자 시스템은 기존의 컴퓨터가 수년이 걸릴 문제를 단 몇 마이크로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양자 키 분배(Quantum Key Distribution, QKD)로 알려진 초보안(ultra-secure) 통신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QKD를 활용하면 데이터 도청이나 가로채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그 결과 전 세계 디지털 인프라의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AI와 양자 기술이 만날 때
기본적으로 AI 시스템의 개념은 알고리즘에 입력되는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 입력 데이터가 많을수록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 그러나 대부분 AI 시스템은 하드웨어 한계라는 공통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챗GPT나 딥마인드(DeepMind)의 알파폴드(AlphaFold) 같은 대표적인 LLM 시스템조차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양자 기술이 결합되면 이런 한계가 사실상 사라진다. 그 핵심에는 양자 머신러닝(Quantum Machine Learning, QML)이라는 개념이 있다. QML은 패턴 인식, 최적화, 시뮬레이션과 같은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데 양자 컴퓨팅의 원리를 활용한다. 또한 QML이 도입되면 방대한 데이터센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하는 기존 AI 훈련 구조가 더 이상 필요 없다.
실질적으로 보면, 양자 컴퓨팅의 연산 능력과 그 응용은 기존 방식으로 수십억 개의 AI 모델 파라미터를 몇 분 동안 학습시키는 것보다 훨씬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는 동일한 결과를 마이크로초 단위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거나, 복잡한 금융시장을 즉시 시뮬레이션하는 일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양자-AI 결합의 이면
양자 기술과 AI의 결합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만큼이나 그 이면에는 새로운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기존 산업과 업무 방식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 강력한 기술이 국가 주도 세력이나 사이버 범죄자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악의적 공격자는 AI와 양자를 결합해 양자 기반 사이버 공격을 실행할 수 있다. 사이버 공격자가 타원곡선암호(elliptic curve cryptography, ECC), 고급암호표준(advanced encryption standard, AES), RSA(Rivest-Shamir-Adleman) 등 현대 암호 기술을 해독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RSA와 ECC는 금융기관이 온라인 거래를 보호하기 위해 널리 사용하는 실용적 암호 방식이다. 이 기술이 무력화되면 암호화된 데이터의 기밀성이 사실상 사라져 민감한 정보가 무단 접근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는 시점이 바로 ‘큐데이(Q-Day)’다. 큐데이는 양자 컴퓨터가 기존 암호 표준을 손쉽게 깨뜨릴 만큼 강력해지는 날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비밀번호 해킹, 디지털 인증서 위조, AI 시스템을 사칭하는 딥페이크 공격 등 다양한 형태의 보안 침해도 양자와 AI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큐데이에 대비하는 사이버보안
대다수 시스템이 데이터 기밀성을 확보하기 위해 암호 키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양자 컴퓨터가 기존 암호를 깨뜨릴 수준에 도달하는 큐데이가 오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효력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과 정부 기관은 인터넷은 물론 정부 데이터베이스, 민간 기업의 데이터베이스, 금융 시스템까지도 쉽게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큐데이에 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ational Cyber Security Centre, NCSC)는 전체 시스템의 완전한 전환 목표 시점을 2035년으로 설정하고 단계적 전환 계획을 마련했다. 미국 역시 자국 국가안보시스템(National Security Systems)에 대해 2030년까지 유사한 전환을 의무화하고 있다. 양자 내성 암호 모델 개발, 암호 키 보안 강화, 양자 시대에 맞춘 적응형 사이버보안 정책 마련에 초점을 둔 선제적 방어 전략이다.
양자 시스템의 난제는 이 기술이 확률에 기반해 작동하며, 확정적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시스템 또한 부적절한 데이터 품질, 데이터 편향, 설명 가능성과 투명성 부족, 적대적 위협, 윤리적 문제, 거버넌스 이슈 등으로 인해 출력 결과가 쉽게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이 혁신을 개발하는 이들이 집중해야 할 진짜 과제는 속도나 효율, 혹은 가장 강력한 양자-AI 결합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뢰’에 있어야 한다. 어떤 시스템이든 기대한 결과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AI가 지능을 의미하고 양자가 불확실성을 상징한다면,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설명할 수 없는 시스템이 내놓은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
따라서 신뢰는 보안을 강화하고 투명성과 거버넌스를 높이는 사이버보안 프레임워크와 규제를 통해 구축될 필요가 있다. 이는 양자내성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AI 감사 체계, 설명 가능성, 윤리적 감독 등을 다루는 데 기여하며, 탄탄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반이 된다.
앞으로 가야 할 길
AI와 양자 컴퓨팅이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이들 기술의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미 AI가 여러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향후 에너지, 헬스케어, 금융,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와 양자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발전하기 전에 인류가 그 속도에 적응할 수 있을까?
AI와 양자 컴퓨팅의 융합이 기술적 돌파구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이버보안 과제를 동반한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두 기술이 결합되면 연산, 문제 해결, 데이터 분석은 상상을 넘어서는 규모에서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긍정적인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가 의존하는 디지털 신뢰와 프라이버시의 기반을 위협하고 약화시킬 가능성 역시 매우 크다. 양자 컴퓨팅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큐데이가 가까워지는 지금, 양자내성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기업, 정부,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이제 이들 기술이 제공하는 혁신과 기술 발전을 넘어 복원력을 고려해야 한다. 윤리적 AI 거버넌스 강화, 규제 체계와 관련 법·정책 마련, 기존 시스템에 양자내성암호 표준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보안과 공공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 경쟁의 초점은 첨단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개발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사이버 범죄자의 공격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기술을 구축하는 데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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