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전문가들의 친구가 되려는 것이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성
인공지능 때문에 겁을 먹을 때는 아직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인공지능이 사람의 보조 역할을 할 때 빛을 발하지, 독자적으로 뭔가를 주도해 나갈 정도에까지 이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IT 분야에서 이 현상은 당분간 더욱 도드라질 전망이다.
실제 업무에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된다는 소식이 사람들을 불안하게도 만들고 신나게도 만들고 있다. 오픈AI(OpenAI)가 개발한 챗GPT가 각종 매체의 관심을 독차지 하고 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용례가 매일처럼 나오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깃허브(GitHub) 역시 코파일럿(Copilot)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코딩 작업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약속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KPMG의 파트너인 아티프 자임(Atif Zaim)은 “미국의 경우 인력에 의한 생산성이 수십 년 동안 하락해 오고 있었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흐름을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건 인간의 본능에 기인한 반응이라고 하는 자임은 “합법적이고 안전한 활용 방법을 고민하고 수립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닌, 효과적으로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공지능 기술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임은 “현 직원들의 업무를 돕는 방향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탐구하고 실험하는 게 현재 CEO 및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자세”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언제 내쳐질 지 모른다는 직원들의 불안감을 모른 채 신기술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는 적극적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그건 오히려 회사 전체로서는 ‘마이너스’의 결과만 낼 뿐입니다.”
시장 조사 업체인 포레스터(Forrester)의 부회장 디에고 로 기우디스(Diego Lo Giudice)는 “인공지능의 실제 활용이라는 면에 있어서 지금은 극히 초기 단계”라면서 “인공지능을 가지고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인공지능은 아직 소프트웨어를 혼자서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개발자를 다 해고해도 되는 회사라는 건 있을 수 없겠죠. 다만 IT가 아닌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사이클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는 있게 될 겁니다. 그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요.”
기우디스는 당분간 인공지능이 개발자들을 대체할 수는 없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개발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도 통용되는 말일 수 있습니다만, 저는 아직 전문적인 경험을 다년 간 쌓은 사람이 인공지능에 쉽게 대체될 거라고 보지 않습니다. 아직 인공지능 기술이 그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어요. 다만 그런 전문가들의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일 수는 있는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고는 있습니다. 잘만 사용하면 전문가들의 적이 아니라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챗GPT를 예로 든다. “예를 들어 챗GPT에 특정 코드를 주면서 ‘이 코드의 역할과 기능을 설명해 달라’고 질문하면, 쉬운 설명을 바로 띄워줍니다. 혹은 파이선 코드를 제시하고 좀 더 효율이 높은 코드로 바꿔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 주고요. 전자의 질문은 비전문가가 코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후자는 개발 작업의 효율을 높여주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방어와 공격 모두를 돕다
보안 업체 혹스헌트(Hoxhunt)의 CEO 미카 알토(Mika Aalto)는 인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어려워 하는 ‘시큐어 코딩’에 대하여 말한다. “개발자들은 아직까지 시큐어 코딩에 익숙하지 않은 편입니다. 코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시큐어 코딩은 잘 실천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프로그래밍 도구인 코파일럿의 경우, 이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개발자들이 실제 잘 하고 즐겨하는 것에 더 집중할 시간을 벌어다 주죠. 이런 식으로 인공지능은 전문가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기술로 승부를 보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CIO와 CTO가 사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건지를 검토하는 것이 좋다.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해결 프로세스를 고안하든지, 같은 프로세서라도 더 빠르게 일 처리가 되게 하든지, 아니면 비용이라도 절감할 방법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다. “즉 지금의 인공지능 붐에 C레벨부터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직원들이 먼저 좋은 앱을 찾아내고, 그것이 회사 전체로 퍼지는 방향성은 추천할 만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든요.”
AI는 개발자들이 개발에 더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해 준다
인공지능 업체 아이세라(Aisera)의 CEO 무두 수다카르(Muddu Sudhakar)는 “깃허브와 깃랩을 활용하는 개발자들이라면 인공지능을 사용해 계정 생성, 코드 확인, 코드 병합, 디버깅, 설정 점검 등을 할 수 있다”고 짚는다. “개발자들은 많은 시간을 설정과 디버깅, 유지와 관리에 투자합니다. 개발자들에게 있어 재미있는 일은 아니죠. 개발자의 전문성이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작업도 아니고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긴 하니까 하는 겁니다.”
필요하지만 능률을 떨어트리는 일들을 코파일럿 같은 인공지능에 맡기면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에 더 몰두할 수 있을 수 있다. 그랬을 때 앱의 품질이 올라갈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코파일럿을 ‘개발자의 단짝’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페어 프로그래밍(pair programming)’ 도구라고 하기도 하고요. 개발자와 짝을 이루어 앱을 보다 잘 만들게 해 주는 것이지, 개발자를 쳐낼 물건이 아니라는 겁니다.”
IT 업체 하일랜드(Hyland)의 개발자 앤젤 보로이(Angel Borry)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가 개발 프로세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고 따라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주니어 개발자가 코파일럿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개발을 훨씬 빨리 할 수 있게 됩니다. 신택스의 오류를 보다 빨리 찾아주고, 인기 높은 알고리즘을 추천해줄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단일 코드베이스가 아니라 다량의 파일들이 서로 연계되고, 여러 로직들이 뒤엉켜 있는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에는 코파일럿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는 또 사람이 사람의 역할을 해 주어야 합니다.”
인공지능 사용에는 책임이 따라
KPMG의 인공지능 부문 리더인 스리카 크리슈나(Sreekar Krishna)는 “인공지능이 개발자 대신 코드 검사를 한다든가, QA를 진행한다든가,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바꿔주는 일은 꽤나 잘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메타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데이터의 질을 확인하고 또 해석해주기도 합니다. 기계적인 데이터를 요약하고 자연어로 해석할 수도 있고요. 방대한 데이터의 통합적인 해석과 맥락 파악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크리슈나는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이 아니고, 부작용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경고한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기술을 기업들이 현장에서 사용하게 될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정해진 미래나 다름이 없죠. 하지만 우리는 인공지능을 꾸준히 활용했을 때 어떤 현상들이 나타날지 전부 알 수 없습니다. 그 현상들 중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조심스럽게 한 발씩 뗄 필요가 있습니다. 일을 저질러놓고 수습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전진해야 한다는 것이죠.”
기우디스도 여기에 동의하며 “너무나 강력한 기술이라, 이상 현상 하나만 놓쳐도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기에 기업의 임원들과 리더들이 직원들과 함께 인공지능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주시하여, 그 결과를 토론하면서 사용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결정하고, 활용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책임이지, 나중에 수습하려고 움직이는 게 책임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이제 막 발전하기 시작한 기술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기우디스는 “현 시대의 진짜 인플루언서들은 개발자들”이라고 말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끄는 사람이나 TV 스타들이 인플루언서가 아니에요. 개발자들이죠. 이들이 진짜 중요한 영향을 소리 소문 없이 미치고 있으며, 그러면서 우리의 미래를 결정 짓고 있습니다. 이들이 인공지능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가 많은 것을 결정할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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