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섀도우 IT'에 칼 빼든 미국 "은밀한 커뮤니케이션 관행 멈춰야"

미국의 대형 금융사들이 사설 문자 앱을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여기서 오간 메시지를 제대로 저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총 18억 달러(약 2조 5,800억 원)에 이르는 벌금 처분을 받았다. 벌금에는 SEC가 부과한 11억 달러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부과한 7억 1,000만 달러가 포함된다.

SEC는 “조사 결과 직원의 기기에서 채널 외 커뮤니케이션이 만연하게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해당 직원에는 고위 및 하위 증권 인수 담당자, 부채 및 증권 거래인이 포함된다.

CFTC에 따르면,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은행 내부의 규정 준수 및 감독관을 피할 명확한 의도를 갖고 사용됐다. 이런 사설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종단간 암호화를 통해 은행의 감독 활동에 필요한, 복구 가능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또한 CFTC는 “또 다른 공통적인 특징은 은행 내부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인 고위급 인사가 무단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사용하고 메시지를 삭제하도록 직원들을 유도했다는 점이다. 일부 경영진은 CFTC와 SEC에 거짓말까지 했다”라고 덧붙였다.

승인되지 않은 사설 앱을 사용하고 커뮤니케이션 내역을 저장하지 않은 것은 기록 보관 및 개인정보보호 규칙에 반한다. SEC와 CFTC는 미국 규제 기관과 은행 경영진이 무단 불법 커뮤니케이션을 차단, 감지 및 교정할 수 있도록 “내부 정책과 관행을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에 규정 위반으로 벌금 처분을 받은 업체는 바클레이즈 캐피탈(Barclays Capital Inc.), BofA 증권(BofA Securities Inc.), 메릴린치(Merrill Lynch), 피어스(Pierce), 페너 앤 스미스(Fenner & Smith Inc.),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Citigroup Global Markets Inc.), 크레딧 스위스 증권(Credit Suisse Securities (USA) LLC), 도이체방크 증권(Deutsche Bank Securities Inc.), DWS 디스트리뷰터(DWS Distributors Inc.), DWS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아메리카(DWS Investment Management Americas, Inc.),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 Co. LLC),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 Co. LLC), 모건 스탠리 스미스 바니(Morgan Stanley Smith Barney LLC), UBS 증권(UBS Securities LLC), UBS 파이낸셜 서비스(UBS Financial Services Inc.)다.

중개업체 제프리스(Jefferies LLC)와 노무라 시큐리티 인터내셔널(Nomura Securities International)은 각각 5,000만 달러 벌금에 합의했고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 Co)는 1,000만 달러에 합의했다.

SEC 위원장 개리 겐슬러는 성명에서 “금융은 궁극적으로 신뢰에 의존한다. 오늘 우리가 벌금을 부과한 시장 참가자들은 기록 유지와 장부 및 기록 의무를 위반하는 등 이 신뢰를 유지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SEC는 각 업체에 상당한 벌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 향후 관련 기록 보관 조항의 위반 방지 명령을 내리고 견책했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업체들은 규정 준수 컨설턴트를 두고 개인 기기의 전자 커뮤니케이션 보존에 대한 정책 및 절차와 직원의 미준수에 대처하기 위한 체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데 동의했다.


투명성을 위한 규칙

IDC의 자본 시장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비즈니스 부문 연구 책임자인 토마스 슈스터에 따르면, 금융사에 기록 보관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슈스터는 과거에 증권 거래업체 2곳의 등록 대리인과 SEC 산하 자율 규제 조직(SRO)의 등록 자문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

슈스터는 “문자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됐으며, 문자를 받는 경우 이미지로 만들어 기록을 보관해야 했다. 이번 조치에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짐작건대 SEC가 유명하고 자본력이 큰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례를 만들어 일종의 경고장으로 삼은 것 같다. 처벌 사유에 비해 벌금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라고 말했다.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라는 보도는 지난 7월 처음 나왔다.

개인 디바이스 사용(BYOD) 정책은 금융 서비스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그러나 SEC 규칙 17a-3과 17a-4, 도드-프랭크(Dodd-Frank) 법, 사베인-옥슬리, FINRA 규칙, MiFID II, CCPA, GDPR과 같은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는 모두 비즈니스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안전하고 안정적인 서버에 보관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당한 정도의 처벌 및 벌금을 부과하고 때에 따라서는 집단소송도 추진한다.

이메일만 사용되던 시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기업 이메일 서버는 커뮤니케이션을 자동으로 저장하고 보관 소프트웨어가 검색 툴을 사용해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규정이 나오면서 규제 대상 업종의 IT, HR, 기업 거버넌스 및 규정 준수팀 관점에서 소비자용 메시징 앱을 사용하기가 까다로워졌다. 또한 ‘섀도우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할 경우 회사는 금전적으로나 회사 평판 측면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

로펌 리드 스미스(Reed Smith LLP)의 파트너 존 루칸스키는 “만연한 다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루칸스키에 따르면, 고객이 대체로 그런 앱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인스턴스 메시징 앱을 금지할 때 걸림돌이 된다. 금융 서비스 직원들은 고객을 만족시키거나 규칙을 준주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많은 금융 서비스 업체가 메시지를 보관할 수 있는 사전 승인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드는 방안을 오래전에 도입하고 직원들에게 이런 규칙을 지킬 것이라는 서약을 받았다.

루칸스키는 “이런 규칙을 두면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감독관조차 미승인 채널을 사용해 대화한다. 규제 기관이 가장 분노하는 상황은 조사를 위해 업체를 방문해서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요청했는데 커뮤니케이션 일부가 채널 외부에서 이뤄졌음을 발견하는 경우다. 업체가 기록을 모두 가져올 수 없어 규제 기관의 조사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BFSI(banking, financial services and insurance) 업계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큰 만큼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ABI 리서치(ABI Research)의 연구 책임자 미첼라 멘팅은 “이 분야에서는 부패와 시장 조작, 증권 사기를 비롯한 부도덕한 행위가 발생하기 쉽고 이는 결국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SEC, CFTC와 같은 규제 기관은 시장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엄격한 규정 및 준수 요건을 적용한다”라고 말했다.

멘팅은 이 문제가 단순히 사설 메시징 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많은 업체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행하는 이 시기에 금융 서비스 업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시징 앱이 인기 있는 이유

개인용 휴대폰에서 사용하는 보안 메시징 앱은 은행가와 거래인, 감독관 및 담당자가 언제 어디서나 연락할 수 있는 빠르고 간단한 수단이다. 또한 메시징 기술은 보편적이고 저렴하며, 항상 사용할 수 있다. 인기 있는 소비자용 메시징 앱은 왓츠앱(WhatsApp) 외에도 아이메시지,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 텔레그램, 시그널 등 다양하다. 모두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기업의 BYOD(bring your own device) 체계가 성숙하면서 직장 환경에 진출했다.

멘팅은 “앱은 큰 인기를 끌었고 팬데믹으로 인력이 분산된 환경에서 사실상 필수 요소가 됐다. 문제는 이와 같은 툴은 개인용 폰에 있기 때문에 회사의 시야를 벗어난, 섀도우 IT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에 처벌을 받은 조직의 경우에는) 금융 조직의 게으름을 원인으로 볼 수도 있다. 매우 구체적인 규정 준수 요구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리함을 위해 규정을 무시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게으름은 이야기의 절반일 뿐이다. 멘팅은 이런 툴이 불법이거나 비도덕적으로 간주될 수 있는 관행을 숨기는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루칸스키도 커뮤니케이션을 보관하지 않을 때의 위험은 은행가와 중개인이 자신이 속한 회사 이름으로 은밀한 활동에 개입될 수 있고 그것을 발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승인되지 않은 메시징이 모두 부정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활동의 대부분은 직원들이 집에서 일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발생했다. 루칸스키는 서버를 거치지 않는 사설 메시징 앱을 사용하는 편이 더 쉬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루칸스키는 “개선의 여지는 항상 있다. 이번에 벌금 처분을 받은 16곳 업체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총알을 피했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가트너의 개인정보 및 데이터 보호 부문 연구 부사장인 네이더 헤네인은 금융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2가지라고 말했다. 직원을 교육시키고 기업이 소유한 기기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다만 헤네인은 “직원의 동의 하에 개인용 기기도 모니터링할 수는 있으나, 이는 지저분한 일이다. 때로는 직원이 가장 약한 고리가 되지만, 비즈니스와 거버넌스팀 간의 영원한 긴장 관계 역시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연방 정부의 단속

SEC는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취임 이후 금융 서비스 업체가 안전하지 않은 앱을 비즈니스에 사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왔다. 2021년 12월 JP모건은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의 전자 커뮤니케이션 기록을 저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SEC와 CFTC로부터 총 2억 달러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SEC는 JP모건이 왓츠앱, 문자 메시지, 개인용 이메일 계정을 비즈니스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2020년에는 JP모건의 한 고위급 신용 거래인이 왓츠앱을 사용해 제프리스, KPMG, VTB 캐피탈의 동료와 대화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또한 나머지 기업 3곳은 직원들이 메시징 앱을 무단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조사를 받았다.

같은 해에 도이체방크를 비롯해 HSBC, 씨티, 웰스파고 등은 규정 준수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문자 메시지 및 커뮤니케이션 앱을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하고 더 안전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이에 대한 철저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FTC 위원 크리스티 골드스미스 로메로는 성명에서 “CFTC는 이번 사례를 통해 SEC와 함께 규제와 감독을 회피하려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들 기업은 위원회에 등록할 때 감독을 받는다는 데 동의했다. 미국 금융 시장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은밀한 커뮤니케이션 관행의 시대는 끝났음을 통고한다. 그런 행위에 대해 CFTC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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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itworld.co.kr/mainnews/257836#csidx955957bdcf41e8388fee2118b906a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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