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서 윈도우 시대 열린다
필자의 첫 컴퓨터는 IBM 360 메인프레임이었다. 3270 터미널을 통해 사용했다. 이후 VT-102 터미널 인터페이스를 쓰는 PDP-11 미니 유닉스 컴퓨터로 빠르게 전환했다. 당시만 해도 모든 컴퓨팅이 원격 방식이었는데, CP/M, 애플, IBM PC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컴퓨팅은 이제 데스크톱에 존재하는 것이 됐고, 그 이후 모습은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지금과 같다.
그런데 이제 다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PC에서 클라우드 기반 DaaS(Desktop-as-a-Service)로, 즉, 다시 원격 컴퓨팅으로 돌아가는 움직임 말이다. 윈도우 365(Windows 365)가 대표적이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수년간 이런 상황을 원했다. 그리고 그 최신 성과가 모든 윈도우 기능을 원격으로 지원하는 게이트웨이 '윈도우 앱(Windows App)'이다.
현재 베타 상태인 윈도우 앱을 이용하면 애저 버추얼 데스크톱(Azure Virtual Desktop), 윈도우 365, 마이크로소프트 데브 박스(Microsoft Dev Box), 리모트 데스크톱 서비스(Remote Desktop Services)와 연결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컴퓨팅 기기에서 원격으로 PC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맥, 아이폰, 아이패드, 다른 윈도우 기기는 물론 심지어 웹 브라우저에서도 가능하다. 웹 브라우저 지원이 의미심장하다. 이는 곧 리눅스 PC, 크롬북, 안드로이드 폰과 태블릿에서 윈도우를 실행할 수 있음을 가리킨다.
따라서 그동안 회사가 윈도우만 쓰도록 강제해 크롬북이나 리눅스 PC, 맥을 사용하지 못했다면, 이런 제약에서 해방될 날이 머지 않았다. 원하는 기기를 쓰면서 윈도우 종속적인 소프트웨어를 꼭 사용해야 할 때만 윈도우를 켜면 된다.
이런 전망에 힘이 실리는 또다른 이유는 윈도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다. 사실 모든 윈도우 소프트웨어 업체가 사용자가 윈도우 플랫폼에 갇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웹 기반 SaaS 애플리케이션을 선호하는 업체도 많다. 일회성 구매 대신 월간 구독 형태를 강제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업체는 윈도우와 PC 데스크톱 사업으로 사상 첫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지만, 이 경이적인 숫자는 오래가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22년 6월 내부 회의에서 윈도우 11을 점진적으로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윈도우 센트럴(Windows Central)의 선임 에디터 잭 보든에 따르면, 이 계획의 골자는 2가지다. 윈도우 365 개발을 통해 모든 윈도우 운영체제 기능을 클라우드에서 모든 기기로 제공하는 것, 그리고 클라우드를 이용해 사용자가 개선된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사용자의 디지털 경험을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마이크로소프트가 AI에 올인하기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중이었다. 구체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부터 사용자를 윈도우 DaaS로 전환시키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윈도우 앱은 이 작업을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윈도우 앱을 이용하면 브라우저를 통해 원격으로 윈도우를 사용할 수 있다. 엣지는 물론, 크롬, 파이어폭스, 사파리를 가리지 않고, 웹브라우저가 HTML5를 지원한다면 구버전이어도 상관없다.
구체적으로는 브라우저를 통해 프린터, 녹음기, 카메라 등 로컬 기기에 접속할 수 있고 GPS, 오디오, 클립보드를 원격 세션으로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로컬 클립보드를 원격 세션으로 가져올 수 있어 복사와 붙여넣기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단, 파일 복사와 이동에 있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은 다소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가능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더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또한, 아직까지는 모든 윈도우 서비스를 원격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원격 데스크톱 PC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는 아니다.
윈도우 앱을 사용하려면, 윈도우 365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또한 (현재는) 기업/학생 계정이 있어야 한다. 윈도우 365를 실행하면 윈도우 앱 기능의 살펴볼 수 있다. 약간의 설명을 지나 원격 기기나 앱에 연결한 '홈' 화면에 진입할 수 있다. 검색 절차를 단순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관적인 필터가 적용된 화면이다. 이 맞춤 설정 가능한 홈 화면에서 사용자는 다양한 서비스와 PC를 단일 화면에서 사용할 수 있다(필자는 스마트폰까지는 테스트하지 못했다). 특히 멀티 모니터를 지원하고 모니터마다 해상도 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필자처럼 모니터 여러 대를 사용한다면 원격 윈도우 세션을 한 모니터에서 실행하는 사이에 개인 PC를 다른 모니터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윈도우 앱은 매우 흥미롭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앱이 아직 프리뷰 상태임을 강조한다. 정식 출시 전에 대폭 바뀔 수 있고, 어떤 품질 보증을 제공하지 않으며, 이미 제공된 정보도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제약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용자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이것이 윈도우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 역시 당분간은 업무용 시스템에 이를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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