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82조원 베팅의 결말은 [최연진의 IT 프리즘]
시대의 흐름이 되어버린 구독 경제(as-a-service, aas)의 물결은 게임 산업도 피해 가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9일 발표한 게임개발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 소식을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MS가 무려 82조 원을 주고 블리자드를 사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구독경제를 위한 포석이다.
구독경제는 과거에 직접 사야 했던 제품과 서비스를 다달이 돈 내고 빌려 쓰는 것을 말한다. 직접 사는 것보다 저렴하고 유지보수 등을 할 필요가 없어 효율적이다. 기업들은 과거 사내에 마련한 전산실 대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극장과 비디오 대여점을 찾던 사람들은 넷플릭스 같은 OTT를 본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과거 PC와 가정용 게임기(콘솔)를 구입해 게임을 사던 사람들이 이제는 인터넷으로 매달 이용료를 내고 수많은 게임을 즐기는 스트리밍 게임을 이용한다. 그 바람에 콘솔의 양대 강자인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를, MS는 ‘엑스박스 게임패스’라는 구독경제형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구독경제의 경쟁력은 다달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 MS가 인수하는 블리자드는 전 세계 e스포츠 바람을 일으킨 ‘스타크래프트’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수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디아블로’와 ‘콜 오브 듀티’ 등 흡입력 있는 세계적 게임들을 갖고 있다.
MS가 이 게임들을 엑스박스 게임패스로 제공했을 때 고스란히 블리자드 게임 팬들을 흡수할 수 있다. 넥슨의 지주사인 NXC의 이재교 대표는 이를 두고 “MS가 블리자드의 팬덤을 샀다”고 표현했다. 블리자드 게임들은 20년 이상 이어지는 굳건한 팬들이 있다. 이들은 BTS의 신곡을 응원하는 팬클럽 ‘아미’처럼 블리자드의 신작을 지지한다. 이것이 곧 ‘블리자드 유니버스’이고 MS가 바라는 팬들의 영속성으로 이어지는 메타버스다.
그만큼 MS와 엑스박스 이용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모두에게 좋은 일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콜 오브 듀티 등 블리자드의 일부 게임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인기가 높다. MS는 블리자드의 기존 계약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신작들도 계속 소니에 제공할지는 의문이다.
콘솔 시장은 소니가 70%를 장악할 만큼 절대 강자다. 열세인 MS가 시장을 뒤엎기 위해 블리자드 게임을 소니에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소니로서는 큰 타격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소니 역시 EA나 유비소프트 같은 세계적 게임업체를 인수해야 한다. 소니에는 새로운 딜레마다.
블리자드도 딜레마를 안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사훈을 갖고 있는 블리자드는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도록 했다. 그러나 액티비전에 인수된 뒤 자유로운 창작 활동에 제약이 가해지며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빠져나갔다. 실적 발표가 중요한 상장 기업인 MS가 얼마나 블리자드의 자유를 보장해 줄지 의문이다. MS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합병 승인이 떨어지면 블리자드 지분 전량을 인수해 상장 폐지 수순을 밟는다. 블리자드가 MS의 통제를 받는 34개 개발사 중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이용자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주어졌다. 좋아하는 게임을 좇아 기존에 이용하던 서비스를 버릴 것이냐, 돈을 더 내고 또 다른 서비스를 추가할 것이냐의 딜레마다. MS와 소니가 결단을 내려 두 개의 플랫폼을 연결해 진정한 메타버스를 구현하면 좋겠지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출처 : https://news.v.daum.net/v/20220128132332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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